"옆에만 있어줘" 횡설수설 알고보니…'길복순' 청부살인, 실제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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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4-06 10:08 조회1,23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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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청부살인'을 다룬 영화 ‘길복순’ 스틸컷./사진=씨앗필름, 넷플릭스 제공.
#"일 하나 같이 하자. 경비원이나 경호원처럼 옆에만 있어주면 되는 일이다."
14년차 탐정 박민호씨(60)는 주변 흥신소 직원들이 2019년 2월초 이 같은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런 제안을 한 이들은 일명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씨 부모를 살해한 공범들이었다.
박씨는 "그 사람들이 옆에 서 있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너무 횡설수설해서 수상하게 느낀 흥신소 동생들이 거절을 했다고 한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이희진씨 부모를 살해하는 현장에서 도움을 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사건과 관련, 청부살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 가운데 실제 우리나라에서 청부살인이 가능한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청부살해는 주로 흥신소와 심부름센터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8월 관련법 개정으로 경찰이 민간 탐정 자격증 관련업체를 관리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법적인 의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적당히 겁만 주는 행위, 실제 물리적 부상을 입히는 행위 등 의뢰 유형에 따라 적정 시세까지 정해져 있다고 한다.
이희진씨 부모 살해 사건이 청부살인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이씨의 부모는 2019년 2월25일 주범 김다운씨와 김씨가 고용한 중국인 3명에 의해 경기 안양시 자택에서 살해됐다.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중국인 3명을 고용해 이씨의 부모를 살해하고 현금 5억원과 고급 수입차 매매증서를 빼앗은 혐의가 인정돼 2021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얼마의 대가를 지불하고 살인청부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씨를 도운 중국인 공범 3명은 범행 직후 중국 칭다오로 도주해 체포되지 않았다.
경찰은 수사 당시 이들 공범 3명을 도운 2명도 구속했다. 이들은 이희진씨 부모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고 자택 출입시간 등을 살해범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2018년 전직 중학교 여교사 A씨(사건당시 32세)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심부름센터에 "친모를 살해해 달라"고 이메일을 보냈다가 덜미가 잡힌 사례도 있다. A씨는 업자에게 1억원을 약속하고 6500만원을 입금했다. 이후 A씨의 외도를 의심한 남편이 몰래 A씨의 이메일을 들여다 보다가 이 같은 내용을 발견, 경찰에 신고하면서 청부살인은 미수에 그쳤다.
2003년에는 심부름센터 업자가 신생아를 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실행에 옮긴 사례도 있다. 업자는 생후 70일된 아이를 납치하기 위해 아이 어머니를 납치해 살해하고 그 대가로 7000만원을 받았다. 이 일을 의뢰한 여성은 거짓 임신 사실이 들통날까봐 심부름센터에 신생아 납치 의뢰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청부살인이 쉽게 발생하기는 어렵다고 하나같이 말한다. 살인사건 검거율이 높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살인사건 검거율은 2020년 97.1%, 2021년 96.7%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은 가장 강력한 범죄 중 하나기에 발생하면 전력을 다해 수사한다"며 "쉽게 청부살인을 시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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