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이나 살인 등 강력범죄가 동반되는 스토킹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탐정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회성 범죄와 달리 피해자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미행하거나 접근하는 등 스토킹 행위를 제지하는 데 부족한 경찰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5일 민간조사(탐정)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탐정 사무소를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특정 피해자 한 명을 24시간 보호해줄 수 없는 만큼 탐정을 고용, 스스로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사실상 탐정 제도가 국가기관의 '치안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대안이라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의 '탐정업'이 성업 중인 상황에서 공인탐정 제도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탐정업의 음성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지난 2020년 탐정 명칭 사용을 금지했던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경찰 출신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공인 탐정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탐정제 도입 목소리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경찰 인력 부족이다. 스토킹 범죄가 급증하면서 일선 경찰들은 업무 과부하를 호소하고 있다. 수사 단계부터 피의자에게 전자발찌를 착용하게 하는 전자 감독이 시행되면 경찰들의 추적관리 업무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지난해 여성청소년 범죄 수사인력 증원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수사력 부족 상황은 여전하다.
112신고시스템에 신고된 스토킹 범죄 건수는 지난해 2만9565건으로 2020년 4515건보다 6배 이상 늘었다. 112신고시스템에 2018년 6월 스토킹 범죄코드가 신설된 이래 증가 추세에 있다. 실제 범죄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스토킹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 경찰이 시행 중인 가장 직접적인 지원은 스마트워치 지급이다. 위급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사실상 피해를 막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실제로 지난 2021년 긴급신고를 받은 경찰이 엉뚱한 위치로 출동하는 바람에 피해자가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탐정 제도의 적극적인 도입이 수사인력을 보완하고 피해자들을 보다 직접적으로 보호해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민호 대한탐정협회 회장은 "(현재 탐정들은) 경찰·검찰에서 다루지 못한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신변보호와 증거수집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직업 의식이 투철하지만 전문성이 떨어져 노련하지 못한 경찰들을 사실상 우리가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상훈 우석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른바 '탐정'이라는 이름의 국가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미국과 일본에는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국가에서 자격증 취득과 추가 교육을 통해 2000~3000명정도만 늘려준다면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의 부담은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