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職業)은 돌고 돕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세상의 변화에 따라 새로 생기고 또 사라지니까요.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8년간 등록된 새 직업은 3525개에 달합니다.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새로운 직업의 세계. 어린이조선일보와 함께 알아봅시다.
▲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눈동자가 흔들리는지, 갑자기 대화 주제를 바꾸려고 하지는 않는지
살펴보세요.” 박민호 대한탐정협회 사무총장은 “탐정이 되려면 체력과 인내력이 중요하다”며 “평소 꾸준하게 운동하기를 추천한다”
고 조언했다.
“내 이름은 코난, 탐정이죠.”
한 손에는 돋보기, 다른 한 손에는 수첩을 들고 의문스러운 사건을 조사하는 주인공. ‘탐정’ 하면 ‘셜록 홈스’나 ‘명탐정 코난’ ‘엉덩이 탐정’ 같은 추리물 속 수사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탐정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민간조사원’ 등 이름으로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뿐 탐정임을 내세워 돈을 벌어들이는 일은 불법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관련 법이 바뀌면서 누구든 신고한 사람은 탐정 사무소를 열고 영리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아직 대중에게 미지(未知)의 영역인 탐정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일까. 지난 12일 박민호(57) 대한탐정협회 사무총장을 만나 자세히 들었다.
탐정 일을 시작한 계기는 뭔가요?
"20년 동안 경찰 생활을 했습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를 여러 차례 검거해 30대 중반에 강력반장에 오르는 등 승진도 빨랐죠. 억울한 사람을 돕고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에 가득 차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탐정(당시 민간조사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듣고, 앞으로 유망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009년 경찰 출신 탐정 1호로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사무소를 차렸죠."
탐정과 경찰의 업무는 어떻게 다른가요?
"경찰 인력은 한정돼 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사건·사고가 쏟아지다 보니 그 성격이나 피해가 덜 위태롭거나 개인적인 측면이 강하면 다른 일에 밀리기 십상이죠. 이럴 때 탐정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실종된 자녀를 찾는 일이나 학교폭력, 또는 회사의 기밀을 빼서 다른 곳에 팔아넘기는 산업스파이 등과 관련된 일이 많지요. 확실한 증거가 없이 의심만 생길 때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려워요. 그럴 때 탐정에게 저작권 침해나 기술 유출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모아 달라고 의뢰하는 거죠."
탐정 역할을 두고 영화와 현실의 차이점은요.
"영화처럼 탐정이 '범인은 바로 너!' 하고 검거하는 일은 드물어요. 해외에서는 탐정이 교통사고·화재·보험사기 같은 단순 사건은 물론 기업의 부정 사건 등 검찰·경찰의 수사 결과와 법원 판결을 뒤집는 막중한 역할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시기상조예요. 다른 법률이나 사생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방향에서만 증거 수집을 돕습니다. 대신 만화처럼 어떤 사건을 다각도로 살피고 상상력을 동원해 추리하는 것은 비슷해요. 덕분에 상대방의 눈빛이나 행동을 보고 심리를 파악하는 직업병도 생겼습니다."